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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인문학

[과거의 재난은 왜 반복되는가 — 고고학이 보여주는 인간의 실수]

by 애드트랜드 2025. 11. 19.

서론: 과거의 재난은 반복될 때마다 인간의 선택을 비춘다

과거의 재난은 왜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은 고고학이 수많은 유적을 통해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경고다. 인류는 역사 속에서 홍수·가뭄·전염병·지진 등 여러 자연재해를 겪어 왔고, 많은 문명이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채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런데 고고학자가 폐허가 된 도시를 조사할 때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실은 ‘재난 자체는 반복되지만, 재난이 만든 피해의 크기는 인간의 대응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이다. 자연 현상은 변함없이 발생했지만, 어떤 사회는 회복했고 어떤 사회는 완전히 붕괴했다.

 

결국 문제는 재난이 아니라 인간이 재난을 어떻게 기억하고 대응했는지에 있다. 오늘의 사회도 같은 방식으로 재난에 노출되어 있으며, 과거 문명이 남긴 흔적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외면했던 실수를 다시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고고학 자료를 통해 재난이 반복된 이유를 살펴보고, 현대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정리한다.

본론 1: 재난을 무시한 문명이 반복적인 실패를 만든 과정

■ 마야 문명은 기후 변화의 신호를 읽지 못했다

마야 문명은 가뭄이 반복되는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도시 유지에는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필수였다. 고고학 발굴에서 확인된 저수지 바닥의 침전물과 토양 분석은 장기 가뭄이 수차례 반복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야인은 이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더 큰 신전을 건축하고, 더 많은 인구를 도시 중심부에 집중시켰다.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한 선택은 결국 식량 부족과 도시 붕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재난은 반복되었고, 대응은 개선되지 않았다.

■ 메소포타미아는 토양 염류화의 재난을 스스로 키웠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을 중심으로 번성한 메소포타미아는 관개 농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염분이 축적되며 토양이 빠르게 황폐화되었다. 이 현상은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었다. 고고학자는 곡물 생산량이 줄어든 흔적을 통해 당시 사회가 이미 문제를 인식했음을 추정하지만, 체제는 농업 방식의 전환 대신 기존 관개 방식을 더욱 강화했다. 결국 재난은 단순한 자연적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대응의 누적이었다.

■ 인더스 문명은 하천 변화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

인더스 문명의 수많은 도시들은 강의 흐름 변화에 취약했다. 고고학 조사 결과, 강의 유로가 수차례 바뀌면서 도시 일부가 기능을 잃었고, 물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그러나 인더스 사람들은 도시 이동이나 대체 수자원 확보 같은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강의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냈지만, 사회적 대응은 늦었고 결국 도시 전체가 버려졌다.

 

이 사례들은 과거 문명이 재난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자연의 위력 때문만이 아니라, 재난의 징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인간의 태도 때문임을 설명한다. 과거의 재난은 자연이 반복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본론 2: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회가 재난에 더 쉽게 무너졌다

과거의 재난이 반복된 또 다른 이유는 사회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이었다. 재난은 언제나 동일하게 발생했지만, 피해는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따라 커졌다.

■ 사회적 불평등은 재난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고고학자는 후기 로마 유적에서 공공시설의 급격한 붕괴와 민간 주거지의 악화를 확인했다. 상수도 파이프 유지가 중단된 흔적, 공공 목욕탕 운영의 중단, 도시 외곽 거주지의 공간 축소는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구조에서는 재난이 닥칠 때 모든 충격이 약한 계층으로 집중되며, 사회 전체의 회복력도 함께 약해진다. 불평등은 재난 피해를 증폭시키는 ‘사회적 재난’이었다.

■ 공동체 협력이 무너진 사회는 복구 속도가 느렸다

인더스 문명과 크메르 제국의 후기 유적에서는 공공시설 관리가 중단되고, 배수 구조가 방치된 흔적이 발견된다. 공동체가 유지되지 않으면 재난 대응에는 필연적으로 구멍이 생긴다. 즉, 재난 대응은 기술보다 협력의 지속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된다.

■ 권력의 집중은 재난 대응 체계를 경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문명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중앙 권력이 문제를 축소하거나 외면했다. 고대 이집트의 특정 왕조 후기에는 기근이 반복되었음에도 곡물 재분배 정책이 유지되지 않아 지방에서 폭동이 발생한 기록이 남아 있다. 권력 구조가 재난 대응을 제한하면서 피해는 더욱 확대되었다.

고고학의 기록은 재난이 반복되는 배경에 정치·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회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작은 충격도 반복적 재난으로 확대된다.

본론 3: 지식의 단절과 기억의 상실은 더 큰 재난을 부른다

재난이 반복되는 마지막 이유는 지식의 단절, 즉 과거의 기록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고대인의 기술은 뛰어났지만 전승되지 않았다

마야인의 천문학·농업·수리 기술은 뛰어났지만, 도시 붕괴 이후 기록이 이어지지 못해 다음 세대가 자연의 변화를 읽는 능력을 잃었다. 지식의 단절은 새로운 재난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약화시켰다.

■ 그리스·로마 의학과 도시 위생 지식도 중세로 넘어가며 크게 줄었다

로마는 배수 시스템과 목욕 문화가 발달한 도시였지만, 로마 제국 붕괴 후 많은 기술과 지식이 사라지고 중세 유럽은 반복적인 전염병에 취약해졌다. 이는 고고학자가 도시 배수로의 파손된 흔적을 조사하며 다시 확인한 사실이다.

■ 기록을 남기지 않는 사회는 재난을 다시 겪는다

고대 대부분의 작은 부족 사회는 문자 기록이 없었고, 집단 기억도 세대 간 지속되지 못했다. 이러한 사회일수록 환경 변화나 외부 위협에 대한 대응력이 낮았고, 재난 앞에서 쉽게 사라졌다.

고고학은 재난의 반복이 단순한 자연 순환이 아니라 기억하지 못한 인간의 선택이 만든 반복임을 보여준다. 기록은 재난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장치였다.

결론: 고고학이 남긴 경고 — 재난은 반복되지만, 실수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과거의 재난은 왜 반복되는가?
고고학은 그 답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 인간은 자연의 변화를 과소평가했고,
  • 구조적 문제를 외면했으며,
  • 지식과 기록을 후대에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

자연재해는 언제나 존재했다.
그러나 문명을 무너뜨린 것은 자연이 아니라, 재난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였다.

 

고대의 폐허는 오늘의 우리에게 말한다.
“재난은 피할 수 없지만, 실수는 피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재난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아니라,
과거의 실패를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회다.